[2026 대중문화 전망] 김고은이 증명한 관계의 미학, 그리고 전 세계를 사로잡을 귀환작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은중과 상연’은 겉보기엔 상연(박지현)의 시선으로 흘러가는 듯하다. 평생을 애증으로 얽힌 친구 은중(김고은)을 향한 회상은 일종의 질투에서 비롯된다. 자신이 때린 만큼 똑같이 때리라며 내민 손바닥에, 은중이 아픔을 공감하며 리코더를 거두는 순간 상연은 직감한다. 이 아이를 영원히 이길 수 없음을. 재능은 넘치지만 관계에 서툰 뾰족한 상연과 달리 은중은 지극히 평범하다. 다만 타인의 아픔을 헤아릴 줄 아는 다정함을 지녔다. 상처 입고 도망치며 관계를 망가뜨리는 상연의 지독한 외로움을 끝내 품어내는 것은 결국 은중의 몫이다.
흥미로운 지점은 내레이터에 가까운 이 역할 속에서도 배우 김고은의 존재감이 결코 흐려지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도화지처럼 말간 그의 얼굴엔 오밀조밀한 이목구비가 모나지 않게 자리 잡고 있다. 언뜻 평범해 보이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우리 주변에 있을 법한 선량한 이웃의 표상을 띠고 있다. 두 눈을 살풋 접으며 환하게 웃는 그를 볼 때면 덩달아 마음이 무장해제되고 만다. 툭툭 장난을 치면서도 속으로는 열렬히 응원하게 되는, 묘한 호감을 불러일으키는 얼굴이다.
누구에게나 존재하는 ‘재희’와 ‘은중’을 소환하다
이러한 김고은 특유의 평범성과 친근함은 대중의 뇌리 깊은 곳에 자리한 각자의 추억을 기어코 끄집어낸다. 영화 ‘대도시의 사랑법’에서 보여준 재희 역이 그 완벽한 예시다. 성소수자인 단짝 흥수(노상현)가 온전한 자신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는 인물. 클럽이 즐비한 밤거리를 누비고, 냉동 블루베리와 담배를 꺼내며 세상의 차가운 편견으로부터 흥수를 지켜내는 모든 찰나에 김고은은 완벽히 녹아든다. 우정이라는 이름의 사랑을 표현하는 데 있어 그야말로 천부적인 재능을 발휘하는 셈이다.
이렇듯 그의 연기를 마주하다 보면 밤새워 통화하던 옛 친구의 목소리나 서툴게 주고받았던 질투와 상처들이 불쑥 떠오른다. 데뷔작 ‘은교’에서 보여준 날것의 풋풋함을 넘어, 이제 그는 ‘유미의 세포들’ 같은 생활 밀착형 로맨스부터 ‘파묘’나 ‘차이나타운’ 등 묵직한 하드보일드 장르물까지 자유롭게 오가며 대중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서사의 힘, 그리고 2026년 스크린을 채울 익숙한 반가움
“네가 나를 받아주는구나. 끝내, 네가.” 죽음을 목전에 둔 상연의 이 마지막 고백은 기묘한 질투심마저 불러일으킨다. 비극적인 삶이었을지언정 삶의 끝자락에서 나를 가장 잘 아는 친구의 배웅을 받는다는 것. 이보다 완벽한 결말이 또 있을까. 우리가 훌륭한 배우의 연기에 매료되고 특정 서사에 깊이 몰입하는 이유는, 이처럼 스크린 너머의 인물들을 통해 결코 잊을 수 없는 감정적 연대를 경험하기 때문이다.
대중이 사랑해 마지않는 이러한 ‘관계의 서사’와 ‘웰메이드 캐릭터’를 향한 갈증은 2026년 방영을 확정 지은 글로벌 방송사 및 OTT들의 대규모 라인업을 통해 한층 풍성하게 해소될 전망이다. 각자의 삶에 깊은 여운을 남겼던 오리지널 시리즈들이 일제히 새로운 시즌으로 귀환을 알렸다.
주요 방송사 및 OTT 라인업: 끝나지 않은 이야기들
가장 먼저 눈길을 끄는 곳은 단연 HBO와 맥스(Max) 플랫폼이다. 치열한 금융계를 다룬 ‘인더스트리’가 시즌 5를 끝으로 대장정의 막을 내리며, 화제작 ‘유포리아’는 시즌 3로 돌아온다. ‘왕좌의 게임’ 스핀오프인 ‘세븐 킹덤의 기사’와 ‘하우스 오브 드래곤’ 역시 각각 시즌 2와 시즌 4 제작을 확정 지었다. 맥스의 최고 히트작으로 자리 잡은 ‘히티드 라이벌리’도 두 번째 시즌으로 시청자들을 찾는다.
AMC 네트웍스는 자사의 간판 스릴러 및 장르물들을 대거 포진시켰다. 호평받은 ‘다크 윈즈’가 시즌 5로, ‘뱀파이어와의 인터뷰’는 ‘뱀파이어 레스타트’라는 부제와 함께 시즌 3로 복귀한다. 이외에도 ‘메이페어 위치스’ 시즌 3, ‘워킹데드: 데드 시티’ 시즌 3, ‘오데서티’ 시즌 2를 비롯해 AMC+의 ‘갱스 오브 런던’ 시즌 3가 대기 중이다. 장수 시리즈였던 ‘워킹데드: 데릴 딕슨’은 시즌 4를 끝으로 종영된다.
훌루(Hulu)는 ‘시녀 이야기’의 첫 번째 스핀오프인 ‘증언들(The Testaments)’을 야심 차게 선보이며 ‘라이벌스’의 새 시즌도 함께 공개한다. 스타즈(Starz)의 타임슬립 서사시 ‘아웃랜더’는 최종 시즌 방영을 앞두고 있고, PBS는 ‘올 크리처스 그레이트 앤드 스몰’, ‘미스 스칼렛’의 마지막 시즌과 함께 새로운 시대극 ‘포사이트 가문’으로 전통 드라마 팬들의 기대를 충족시킬 예정이다.
애플TV+는 압도적인 물량 공세를 예고했다. ‘세브란스: 단절’, ‘테헤란’, ‘지하창고 사일로의 비밀’, ‘파운데이션’, ‘하이잭’, ‘신의 물방울’, ‘쉬링킹’, ‘그가 나에게 말하지 않은 것’, ‘모나크: 레거시 오브 몬스터즈’ 등 수많은 히트작이 다음 시즌을 확정 지었다. 여기에 ‘더 모닝 쇼’ 시즌 5, ‘슬로우 호스’ 시즌 6, ‘테드 래소’ 시즌 4 등 장기 흥행작들은 물론 ‘다크 매터’, ‘무죄 추정’, ‘머더봇’, ‘플라토닉’, ‘슈가’, ‘트라잉’, ‘다운 세머테리 로드’, ‘더 부캐니어스’, ‘유어 프렌즈 앤 네이버스’, ‘더 스튜디오’, ‘스틱’ 등 다채로운 작품들이 연장선에 올랐다.
전통적인 네트워크 채널들의 라인업도 굳건하다. ABC는 ‘그레이 아나토미’ 시즌 23이라는 경이로운 기록을 세우는 동시에 ‘9-1-1’ 시즌 10, ‘9-1-1: 내슈빌’ 시즌 2, ‘더 루키’ 시즌 8, ‘아메리칸 아이돌’ 시즌 9(전체 시즌 24), ‘하이 포텐셜’ 시즌 3, ‘윌 트렌트’ 시즌 4, ‘애봇 초등학교’ 시즌 6 등을 편성했다. CBS 역시 ‘NCIS’, ‘트래커’, ‘매틀록’ 등 핵심 프로그램을 포함한 9편의 2026-2027 시즌 리뉴얼을 마쳤다. 이 밖에도 A&E의 ‘알래스카 주립 경찰’ 시즌 9, 어덜트 스윔의 ‘스마일링 프렌즈’ 시즌 4와 5, ‘프라이멀’ 시즌 3, 그리고 에이콘 TV의 ‘마이 라이프 이즈 머더’ 시즌 5 등 다양한 플랫폼에서 시청자들과의 반가운 재회를 준비하고 있다.
영원히 곁에 남을 이야기들
만인에게 호감을 얻는 것은 대다수에게 허락되지 않은 특별한 재능일지 모른다. 다만 우리가 사랑했고 또 잊지 못하는 인연들에 대한 그리움, 그리고 그 관계 속에서 파생되는 짙은 연대감은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우리 곁을 맴돌 것이다. 스크린 속 김고은이 연기한 친구들을 보며 남몰래 부러워하고 그리워하듯, 시청자들은 각자의 삶에 오랜 시간 위로가 되어준 수많은 TV 시리즈의 귀환을 열렬히 반기고 있다. 현실의 곁을 지키는 소중한 인연이든 브라운관 너머의 친숙한 캐릭터든, 잘 짜인 서사가 우리에게 건네는 다정한 위로는 2026년에도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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