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르네상스에 드리운 먹구름, 그리고 이를 걷어낸 ‘미스터 제로’ 박영현
올 시즌 프로야구는 수많은 팬들의 이목을 단숨에 사로잡으며 그야말로 새로운 황금기를 맞이했다. 하나의 거대한 문화적 현상으로 자리 잡은 이 뜨거운 열기 이면에는, 가을야구 특유의 짙은 먹구름이 항시 드리워져 있다. 한 치 앞을 예상할 수 없는 총력전과 벼랑 끝에 몰렸다는 엄청난 압박감이 바로 그것이다.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던 케이티(KT) 위즈 역시 이번 엘지(LG) 트윈스와의 준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이러한 잔혹한 운명의 시험대에 올랐다.
초반부터 꼬여버린 마운드 운용 당초 이강철 감독이 구상했던 마운드 운용 밑그림은 경기 초반부터 무참히 찢겨나갔다. 최소 5이닝은 든든하게 버텨줄 것이라 굳게 믿었던 윌리엄 쿠에바스가 2회초 연타석 홈런을 허용하며 단 4이닝 만에 강판당하는 변수가 발생했다. 선발 투수가 제 몫을 다한 뒤 고영표, 소형준, 박영현으로 이어지는 필승조를 가동해 뒷문을 잠그려던 벤치의 계획은 전면 수정이 불가피했다. 결국 5차전 선발로 내정되어 있던 고영표가 5회부터 조기 투입되는 초강수가 나왔다. 팀의 명운이 걸린 시점에서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숨 막히는 8회의 악몽과 짙어진 패색 살얼음판 같은 5-3 리드가 이어지던 8회초, 케이티에 진짜 위기가 들이닥쳤다. 1사 1루 상황에서 구원 등판한 소형준의 공을 포수 장성우가 연달아 두 번이나 놓치는 치명적인 실책이 나왔다. 포일로 3루 주자가 홈을 밟았고, 타격감이 매섭게 달아오른 엘지 김현수에게 적시타까지 얻어맞으며 순식간에 승부는 5-5 원점으로 돌아갔다. 아웃카운트 단 하나만을 잡고 강판당한 소형준의 뒤로 케이티의 가을은 이대로 어둡게 저무는 듯했다.
‘미스터 제로’의 등장과 완벽한 지배 절체절명의 8회초 2사 만루. 먹구름이 가장 짙어진 벼랑 끝 상황에서 마운드를 이어받은 구원투수는 바로 박영현이었다. 그는 타석에 선 신민재를 날카로운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단숨에 급한 불을 껐다. 이후의 피칭은 그야말로 압도적 그 자체였다. 시속 150km를 가볍게 넘나드는 위력적인 속구 앞에 엘지의 중심 타선은 속수무책으로 땅볼과 뜬공으로 물러났다. 박영현은 10회초까지 3⅓이닝 동안 3개의 탈삼진을 곁들이며 피안타 없이 무실점으로 마운드를 철통같이 지켜냈다. 그가 뒷문을 철저하게 걸어 잠근 덕분에 케이티는 11회말까지 가는 혈투 끝에 6-5로 짜릿한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0%의 확률을 뚫고 나아가는 기적 이날 데일리 최우수선수(MVP)의 영예를 안은 박영현의 가을야구 성적은 경이로울 정도다. 두산과의 와일드카드 결정전 두 경기부터 이번 준플레이오프까지 총 6⅓이닝 동안 단 한 점도 내주지 않는 완벽한 ‘미스터 제로’의 면모를 과시하고 있다. 경기 후 그는 분위기가 넘어갈 뻔한 절체절명의 타이밍을 잘 막아내고 승리의 발판을 마련해 뿌듯하다는 소감을 전했다. 우리는 0%의 확률을 100%로 바꿔낸 팀이라며, 간절한 마음으로 몸 관리를 잘해 5차전에도 등판하겠다는 강한 투지를 불태웠다. 극한의 위기를 뚫고 일어선 박영현의 역투는 이번 가을 야구가 대중을 열광케 하는 또 하나의 강렬한 문화적 순간으로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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