샴페인이 채 마르기도 전에 내일을 보는 맨시티, 트레블 너머 ‘다음 세대’를 정조준하다
아스널이 노팅엄 숲에서 덜미를 잡힌 순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의 챔피언십 레이스는 사실상 막을 내렸다. 그리고 22일(한국시간) 에티하드 스타디움은 일찌감치 3시즌 연속 우승을 확정 지은 맨체스터 시티의 화려한 대관식 무대였다. 그라운드에 입장하는 맨시티 선수들을 향해 첼시 선수들이 두 줄로 도열해 박수를 보내는 ‘가드 오브 아너’ 연출은 현재 맨시티가 잉글랜드 축구 생태계에서 차지하고 있는 절대적인 위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결과적으로 1-0 신승이었지만, 경기 내용은 맨시티의 비정상적으로 두터운 스쿼드 뎁스를 과시하는 쇼케이스에 가까웠다. 펩 과르디올라 감독은 우승이 확정된 상황을 십분 활용해 엘링 홀란, 케빈 더브라위너, 일카이 귄도안 등 코어 자원들을 과감히 벤치로 내렸다. 대신 콜 팔머, 훌리안 알바레스, 리야드 마레즈 등을 먼저 투입하는 대대적인 로테이션을 돌렸다. 승부를 가른 결승골 역시 이 백업 멤버들의 발끝에서 나왔다. 전반 12분 중원에서 팔머가 찔러준 패스를 알바레스가 페널티지역 정면에서 침착한 오른발 슈팅으로 마무리하며 팀의 12연승을 완성하는 축포를 터뜨렸다.
단순히 경기력뿐만 아니라 지표면에서도 올 시즌 맨시티의 화력은 궤를 달리한다. 축구 통계 전문 매체 옵타(Opta)에 따르면, 맨시티는 이날 첼시전 득점으로 이번 시즌 공식전 홈경기에서만 무려 100골(EPL 60골 포함)을 쏟아붓는 기염을 토했다. 바이에른 뮌헨(66골), 맨체스터 유나이티드(65골), 도르트문트(58골), 레알 마드리드(57골) 등 타 리그의 내로라하는 득점 기계들과 비교해 봐도 압도적인 수치다. 바르셀로나와 뮌헨을 거쳐 맨시티에서만 5번째 리그 트로피를 수집한 펩 과르디올라 감독은 개인 통산 11번째 1부 리그 우승이라는 금자탑을 쌓으며 ‘우승 청부사’로서의 명성을 다시 한번 뇌리에 각인시켰다.
종료 휘슬이 울리자마자 에티하드의 피치는 통제 불능의 축제장으로 변모했다. 우승의 기쁨에 심취한 홈팬들이 그라운드로 물밀듯 쏟아져 들어오며 세리머니가 지연되는 해프닝까지 빚어졌다. 장내가 간신히 진정된 후에야 시상대에 오른 선수들은 우승 메달을 목에 걸고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환희를 만끽했다. 이 축제의 중심에서, 데뷔 시즌 정규리그에서만 36골을 폭격한 엘링 홀란이 남긴 소감은 타 팀들에겐 섬뜩하게 들릴 법하다. “데뷔 시즌에 36골을 넣었고 프리미어리그 우승도 차지했다. 하지만 아직 두 번의 결승전(FA컵, 챔피언스리그)이 더 남아있다. 나쁘지 않은 출발이다.”
그의 선전포고처럼 맨시티의 이번 시즌 캘린더는 아직 찢어야 할 페이지가 남아있다. 그런데 더욱 무서운 점은 피치 밖 보드진의 시계가 결승전을 넘어 이미 한참 먼 미래를 향해 돌아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당장 샴페인 기운이 가시기도 전에 본격화되고 있는 18세 유망주 아유브 부아디(릴) 영입 움직임이 그 노골적인 증거다. 모로코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고 FIFA 월드컵 무대에서 깊은 인상을 남긴 이 어린 미드필더를 두고 맨시티 수뇌부는 진지하게 주판알을 튕기고 있다. 이번 여름 이적시장에서 릴과 합의에 도달할 경우, 부아디의 육성 방향을 두고 구단 내부에서 밀도 높은 논의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영입 직후 친정팀 릴로 곧바로 재임대를 보내 꾸준한 실전 감각을 먹일지, 아니면 1군 스쿼드에 잔류시켜 제한적인 플레잉 타임이나마 펩의 전술 시스템 아래서 직접 튜터링을 제공할지 저울질하고 있다.
현재 레알 마드리드 역시 이 원더키드를 예의주시하고 있지만, 당장은 다른 타깃 딜에 집중하느라 우선순위에서 살짝 밀려있는 눈치다. 판을 짜기 수월해진 이 틈을 놓치지 않고 미래의 중원 코어를 선점하려는 맨시티의 기민한 움직임. 현재의 왕좌에 만족하지 않고 끊임없이 다음 퍼즐을 찾아 움직이는 이 지독한 톱니바퀴야말로, 지금의 압도적인 제국을 구축한 진짜 동력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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