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은 ‘우승팀’ 부럽지 않은데… 마운드는 ‘볼넷 공장’ 전락한 한화의 딜레마
정규리그 2위와 한국시리즈 준우승이라는 값진 성과를 거둔 한화 이글스의 겨울은 그 어느 때보다 따뜻했다. 스토브리그에서 그야말로 화끈한 연봉 잔치가 벌어졌기 때문이다. 시즌이 끝난 뒤 FA 자격을 얻는 간판타자 노시환은 KBO리그 국내 선수 최다 홈런(32개)을 쏘아 올린 공로를 인정받아 무려 203% 뛴 10억 원에 도장을 찍으며 팀 내 최고 인상액을 기록했다. 타율 5위(0.320)와 안타 공동 4위(169개)로 맹활약한 프로 4년 차 문현빈도 161%가량 오른 2억 3000만 원을 거머쥐었고, 하주석 역시 122% 인상된 2억 원으로 연봉이 껑충 뛰었다.
마운드에도 훈풍이 불었다. 데뷔 첫 두 자릿수 승수(11승 5패, 평균자책점 4.02)를 챙긴 문동주가 2억 2000만 원, 마무리로 33세이브를 올린 김서현이 200% 수직으로 상승한 1억 6800만 원에 계약했다. 여기에 인상적인 투구를 펼친 신인 정우주가 7000만 원에 사인했고, 새롭게 억대 연봉에 진입한 불펜 김종수(1억 1700만 원)와 이진영(1억 1000만 원), 그리고 플레잉코치 이재원(1억 원)까지 억대 연봉자만 13명에 달했다. LG 트윈스와 우승을 다투며 포효했던 작년의 기세, 그리고 이 엄청난 연봉 인상폭은 새 시즌에 대한 팬들의 기대치를 한껏 끌어올리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연 올 시즌 한화의 현주소는 처참할 지경이다. 현재 11승 15패로 공동 7위까지 처져 상위권 도약은커녕 하위권 추락을 걱정해야 할 판이다. 타선도 문제지만, 가장 심각한 뇌관은 완전히 붕괴된 투수진의 제구력이다. 최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SSG 랜더스와의 홈경기(1-6 패배)는 지금 한화 마운드의 헐거운 민낯을 여과 없이 보여줬다.
선발 황준서는 1⅔이닝 동안 안타는 단 2개(홈런 1개 포함)만 맞았지만 볼넷을 6개나 남발하며 5자책점으로 스스로 무너졌다. 구원 등판한 박준영마저 3이닝 동안 볼넷 5개를 헌납하며 제 몫을 하지 못했다. 2회 상황은 더 기가 막힌다. 선두타자 한유섬에게 볼넷, 최지훈에게 안타를 내준 황준서는 오태곤에게 쓰리런 홈런을 얻어맞고 급격히 흔들렸다. 이후 조형우, 박성한, 안상현에게 연달아 볼넷을 내주며 만루를 자초했고, 최정의 타구를 3루수 직선타로 잡아내며 한숨 돌리는 듯했으나 결국 에레디아에게 밀어내기 볼넷까지 허용했다. 부랴부랴 올라온 박준영마저 한유섬에게 또다시 만루 볼넷을 헌납했으니, 두 투수가 2회에만 6개의 볼넷을 합작하며 경기를 헌납한 셈이다.
세부 지표를 들여다보면 상황은 한층 암울하다. KBO 통산 77승 86세이브를 올린 투수 출신 윤석민은 자신의 채널 ‘사이버 윤석민’을 통해 “한화의 문제는 투수진이다. 거의 모든 투수 지표가 바닥을 기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의 말마따나 한화의 팀 평균자책점은 5.27로 리그 꼴찌다. 볼넷(137개)과 몸에 맞는 볼(21개) 허용 1위, 폭투 15개(4위), 이닝당 출루 허용률(WHIP) 역시 1.68로 10개 구단 중 가장 높다. 제구가 잡히지 않으니 경기를 주도할 동력 자체가 없는 것이다.
가장 충격적인 장면은 삼성전에서 연출됐다. 한화 투수진은 이날 무려 18개의 볼넷을 내주며 구단 역사상 36년 만에 최악의 불명예 기록을 썼다. 앞서 화려하게 억대 연봉 꼬리표를 달았던 핵심 영건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문동주는 5이닝 무실점을 기록하긴 했지만 볼넷을 5개나 내주며 레이더건에 찍히는 빠른 구속 이상의 압도적인 퍼포먼스를 보여주지 못했고, 김서현은 한 이닝에만 7개의 볼넷을 퍼주며 5-6 역전패의 뼈아픈 빌미를 제공했다.
한승혁과 김범수라는 기존 불펜 자원들이 이탈한 공백이 크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구단 입장에서는 퓨처스리그에서 꾸준히 성과를 내던 젊은 피들, 특히 높은 연봉 인상률을 기록한 정우주 같은 신성들이 그 빈자리를 거뜬히 채워줄 거라 계산했을 것이다. 하지만 기대와 현실의 괴리는 아직 너무나 크다. 144경기를 치러야 하는 장기 레이스에서 팀 평균자책점을 끌어내리지 못한다면, 와일드카드 결정전조차 벅찰 수밖에 없다는 윤석민의 날카로운 지적을 되새겨야 할 시점이다. 연봉은 챔피언급으로 뛰었지만, 돈값을 못하는 마운드의 제구 난조가 계속되는 한 한화의 가을야구로 가는 길에는 짙은 먹구름이 걷히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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